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지난 주말, 얼리버드로 구매한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에 다녀왔다.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전시회는 회사가 근처에 있어서 주로 퇴근 후에 다녀오는 편인데 주말 관람은 경험이 적어서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이었는데 해당 전시관은 첫 방문이었다. 주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관람했었는데 현재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회가 진행중이었다.
전시장에 입장할 때까지만 해도 입구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반 고흐 전시회를 보는구나 싶어 편안하게 관람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내부로 들어선 순간 고등학교 급식시간에 급식을 기다리는 줄에 선 느낌이었다. 사람이 정말 많아서 한 줄로 서서 뒷사람을 따라 이동하면서 천천히 관람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 했다. 따라서 전시회 사진들은 퓰리처상 홈페이지와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지프 퓰리처
19세기 미국 언론계를 변화시킨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는 탐사 저널리즘과 대중 신문을 발전시키며 현대 언론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그의 유언에 따라 50만 달러의 기금으로 1917년에 만들어진 퓰리처상(Pulitzer Prize)은 보도 사진을 포함해 언론,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에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 중 하나이다.
퓰리처상
찾아보니 그동안 몰랐던 퓰리처상의 특징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언론계에서 노벨상과 같은 위치로 통하기는 하지만,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은 아니다. 언론부문은 미국 언론과 미국 언론계에 종사하는 언론인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원칙이며, 예술 부문은 미국인, 미국과 관련된 것만 대상이다. - 출처 나무위키, 퓰리처상
다음은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연도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정리해 봤다.
1940s
Joe Rosenthal, Raising the Flag on Iwo Jima
1945년 2월 23일에 AP 통신의 Joe Rosenthal이 촬영한 사진으로 해당 연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이오지마 섬의 수리바치산(Mount Suribachi) 정상에 성조기를 세우는 미 해병대원들의 모습을 담았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전쟁 사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1950s
Max Desfor, Flight of Refugees Across Wrecked Bridge in Korea
1950년 12월 한국전쟁 당시 인천에서 평양으로 이어지는 대동강 철교 위를 건너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리는 전쟁으로 심하게 파괴되었지만, 절박한 피난민들은 차가운 강 위로 이어진 비틀린 철제 구조물을 따라 위험천만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사진을 촬영한 AP 통신의 Max Desfor는 직접 취재하여 이 장면을 포착했고, 이 사진은 전쟁이 초래한 참혹한 현실과 민간인들의 고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전쟁의 시작만 기억한다.
끝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 Max Desfor -
1942년에 사진 부문으로 시작한 퓰리처상은 1968년 특집 사진 부문을 신설하여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감성적이고 스토리 중심적인 보도 사진을 인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1960년대는 사진 저널리즘이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였으며, 단순한 뉴스 보도를 넘어 감정과 서사를 담아내는 사진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특히 베트남 전쟁과 인권운동 같은 대형 사건 속에서 감성적이고 서사적인 사진이 많아졌고, 순간적인 특종 사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화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사진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퓰리처상에서는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장기적인 사회 문제나 사람들의 감정을 잠아내는 사진들이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1960s
Eddie Adams, Saigon Execution
1968년에 AP 통신의 Eddie Adams가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 경찰청장 응우옌 응옥 로안(Nguyen Ngoc Loan) 장군이 베트콩 포로인 응우옌 반 렘(Nguyen Van Lem)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즉결 처형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이 장면은 잔혹한 전쟁의 현실과 인간의 폭력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쟁 사진이 되었으며,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반전 여론을 강하게 자극했다고 한다. 사진에서 응우옌 응옥 로안 장군이 악마로 묘사되었지만, 처형당한 응우옌 반 렘은 베트남 공화국 소속의 한 장군과 그 장군의 7명의 가족을 몰살시킨 혐의를 받았다. 따라서 이 사진의 작가 Eddie Adams는 응우옌 응옥 로안 장군도 전쟁의 희생자 중 한명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1970s
Stanley Forman, Fire Escape Collapse
1975년에 사진작가인 Stanley Forman은 미국 보스턴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19세 소녀 Diana Bryant와 2세 소녀 Tiare Jones가 소방관의 도움을 받으려다 부서진 소방 탈출구(fire escape)에서 추락하는 충격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19세 소녀인 Diana Bryant는 결국 사망했고 2세 소녀 Tiare Jones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이 사진은 미국 전역에 건물 안전 규정 개정의 계기가 되었으며, 보도 사진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가 되었다.
1980s
1988년에 사진기자 Ron Olshwanger가 촬영한 작품으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불타는 건물에서 구해낸 어린아이에게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이 사진은 극적인 감정과 긴장감을 담아내며,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구하려는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불길 속에서 한 생명을 살리려는 필사의 노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감동을 주며 응급 구조 활동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90s
Kevin Carter, The Vulture and the Little Girl
1993년에 사진작가 Kevin Carter는 수단의 한 마을에서 기아로 고통받는 어린 소녀와 그녀를 지켜보는 독수리를 촬영했다. 사진 속에는 극심한 기아로 쇠약해진 어린 소녀가 웅크려 있으며, 뒤편에서 독수리가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러나 사진이 유명해지면서 "사진을 찍기만 하고 아이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윤리적 논란이 불거졌고, Carter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에 시달리다 1994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기아와 고통을 외면하는 세계에 대한 경고로 남아 있으며, 저널리즘 윤리와 인간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2000s
2010s
한국인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김경훈이 촬영한 작품으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 앞에서 한 여성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 장면은 2018년 11월 25일 이민자 행렬이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 국경을 넘기 위해 시도하던 중 발생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여준다. 이 사진은 당시 미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국경 문제를 극적으로 부각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논란과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절망 속에서도 아이들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본능적 행동은 강한 감정적 울림을 주었으며, 국격을 둘러싼 갈등과 난민 문제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보도 사진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s
2020년에 스페인 출신의 AP 통신 사진기자 Emilio Morenatti가 촬영한 작품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요양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수개월 동안 서로를 직접 만날 수 없었던 한 노부부가 다시 포옹하고 키스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이들은 투명한 플라스틱 차단막을 사이에 둔 채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애틋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으며, 그들의 모습은 팬데믹이 가져온 고립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의 힘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에 고통과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인간의 연결과 따듯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줬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관람 후 나와서 굿즈샵을 구경했다. 사진전을 관람하면 항상 기억에 남는 사진이 들어간 엽서를 기념으로 구매하는데 이번 퓰리처상 사진전은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장면들이 담긴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서 그런지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굿즈 샵에서 한 가지 눈에 띄였던 건 커피를 판매하고 있던 것인데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는 커피라고 한다. 설명에는 르완다 내전으로 탄자니아까지 피난을 떠났던 사람들의 재건을 돕고 커피 한 잔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사진과 관련된 책들도 판매 중이었다.
한때 사진의 매력에 빠져 잠시나마 기자라는 꿈을 꿨던 나에게 이번 전시회는 한 장의 사진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기록하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사진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목소리를 높였고, 어떤 사진을 법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또 어떤 사진은 인간의 감정을 깊이 울리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서 사진마다 부연 설명이 있어서 더욱 몰입하기 좋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해 보길 추천하는데 이는 단순히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사진 한 장이 가진 강력한 메시지와 울림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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