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산에서 열릴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작년 초에 다녀왔었는데 이제서야 올리는 전시회 후기.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리 슐만이 우연히 필름 슬라이드 한 상자를 구매한 것을 계기로 2017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슬라이드 프레임을 들여다보자마자 과거라는 시간 속에 담긴 이들의 이야기와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데, 전시도 우리 어릴 적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며 드는 느낌을 담은 전시라고 한다.
리 슐만은 이후 1940~1980년대 컬러 필름 슬라이드를 80만 장 정도 수집했다고 한다. 처음에 입장했을 때, 슬라이드 필름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마치 우리가 평소에 찍을만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여름, 휴가, 그리고 물놀이하는 추억의 사진들이 전시된 공간. 나도 바다 보는 걸 좋아해서 항상 휴가지는 바다가 있는 도시로 가는 편이라 사진을 보면서 빨리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반려동물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이 전시된 공간. 사진 한 장 없지만 나의 첫 반려동물은 병아리였다. 그리고 이후 3학년에 복학하면서 자취를 했었는데 그때 햄스터를 키웠다. 햄스터 수명으로 짧지 않았던 3년 반을 살다가 해씨 별로 떠났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서 자주 만지지도 않고 저녁엔 쳇바퀴 돌리는 소리를 수면제 삼아서 자고 했었는데 가끔 그립다.
자동차에 대한 추억을 담은 공간. 아직 차가 없어서 차에 대한 애정은 잘 모르지만 예전에 부모님이 정말 오랫동안 타셨던 자동차를 폐차하셨을 때 조금 눈물이 나셨다고 하셨던 기억이 생각났다. 물건에도 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번 공간은 따듯한 조명에 편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홈 파티의 추억을 담은 전시 공간이었다.
이번 공간은 우리가 멈춰 선 순간들. 우리의 사진첩을 들여다 보면 있을 일상의 추억들이 담긴 공간이었다.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도 좋지만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나중에 보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사진이 우리에게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보게 해준다면 그 사진이야말로 정말 좋은 사진이 아닐까 싶다. 🙂
카메라를 구매하게 된 계기가 미래에 다시 되돌아보더라도 더 좋은 퀄리티로 친구, 가족들은 남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이후로 오랜 시간 사진 찍는 취미를 가졌지만 요 근래 와서 내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전시의 의의는 누군가 찍은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관람객들도 자신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어쩌면 우리의 모습들이 담긴 전시회였다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들을 처음부터 본다면 그것 또한 우리만의 전시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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