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쓰여있다시피 최근 코로나에 확진되어 드디어 오늘 10일간의 격리를 마무리했다. 나와 같은 증상을 겪었거나 PCR 결과를 기다리며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쓴다. 처음으로 블로그 포스팅에 사진보다 글이 더 많을 예정이고 또 처음으로 폰으로 찍은 사진이 올라간다. 나는 12월 2일에 확진 판정받았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증상은 약 1주일 전에 있었다. 날짜별로 정리하며 그날 느꼈던 생각과 증상들을 적었다. 참고로 나는 기저질환이 있어서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고 따라서 식사할 때 빼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했다.
11월 24일 (수)
이날 출장을 갔는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출장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했다. 이때 SD바이오센서의 스탠다드 Q 코로나 자가 진단 검사 키트로 검사했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냥 출장을 가서 컨디션이 안 좋구나 싶어 별생각 없이 넘어갔다.
11월 25일 (목) - 목 따끔거리는 증상 발현
이날도 출장을 다녀왔다. 살짝 몸살 기운이 오는 것 같아서 퇴근하는 길에 약국에 들러 몸살 감기약을 구매했다. 한 달 전에 몸살로 심하게 고생했기 때문에 미리 약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때 PCR 검사와 자가 진단 검사 키트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약사님께서 체온을 재주셨는데 36.9도가 나왔고 살짝 미열이 있다고 하셨다. 집에 돌아가서 걱정돼서 다시 한번 열을 쟀는데 36.4도가 나왔다.
11월 26일 (금)
아침에 눈을 떴는데 전날과 달리 몸살 기운은 전혀 없었고 목감기처럼 목이 살짝 따끔거렸다. 발열이나 오한, 근육통이 없어서 평소처럼 출근했다. 방이 건조하기도 해서 목이 따끔거리나 싶었고 오후에는 좋아지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이게 코로나 증상이었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 따끔거림이 심해졌고 결국 목감기 약을 먹었다.
11월 27일 (토)
목감기 약이 잘 드는지 목 통증이 많이 좋아졌다. 집에서 하루 종일 쉬었다.
11월 28일 (일)
목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이날도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다.
11월 29일 (월)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했고 목 통증은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11월 30일 (화) - 미각 둔해진 느낌, 코로나 자가 진단 검사 키트 양성 판정
출근해서 점심에 햄버거를 먹었다.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어서 그런지 맛이 조금 덜한 느낌이 들었다. 감기 증상 중에 미각, 후각 둔해지는 증상이 있어서 별생각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회사 사람들이 농담 식으로 코로나 증상 아니냐고 해서 에이 설마 싶었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에서 목감기와 햄버거 맛이 잘 안느껴진게 많이 찝찝해서 코로나 증상을 찾아봤다. 증상중에 미각, 후각 상실과 목 따끔거림등의 증상이 나와 유사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미각, 후각 상실은 완전 상실이라고 했고 내가 읽었던 글들은 모두 발열, 근육통을 동반했기 때문에 코로나는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왜인지 찝찝하기도 했고 어차피 집에 구비해둔 키트도 있겠다 현 시국에는 확실히 음성인지 확인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 사용한 제품은 출장 때 사용했던 SD바이오센서의 스탠다드 Q 코로나 자가 진단 검사 키트다. 정확히 검사를 시작한지 2분도 채 안되서 T에 연하게 한 줄이 그려졌다.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설명서에는 T에 연하게 한 줄이 생겨도 양성반응이라고 했고 PCR 검사를 받아보라고 적혀있었다. 바로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다음날 PCR 검사를 받기로 하고 격리에 들어갔다.
너무나 걱정되는 마음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줄이 연하면 오류일 수도 있다는 말에 자가 진단 검사 키트를 하나 더 구매해서 검사 해보기로 했다. 이때가 밤 10시였기 때문에 약국에서는 구할 수 없었고 얼핏 편의점에서도 자가검사 키트를 판매한다는 글이 생각났다. 당장 네이버 지도를 켜서 편의점을 검색해 거기에 적힌 전화를 돌렸다. 약 30곳 정도 전화했고 그중 절반은 없는 번호로 나왔고 나머지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어디 편의점에서 파는지도 정리된 글도 없고 너무나 막막했다.
그러다가 이마트에서도 자가 진단 검사 키트를 판매한다는 뉴스 기사를 확인했고 당장 이마트에 전화했다. 직원분께서 매장 내에 판매 중인데 잠시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고 전화를 다시 준다고 하셨다. 이때 이마트 영업 종료까지 40분 남은 상태여서 아빠와 동생이 바로 이마트로 향했다. 아빠랑 동생이 출발한지 5분 정도 지났을까... 현재 재고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동생한테 전화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연락했다. 어차피 다음날 PCR 검사받을 건데 포기해야겠다고 생각을 한순간 세븐일레븐이 제일 전화 연결이 잘 된 게 생각나서 마지막으로 한 곳 더 전화해 봤는데 거기서 판매 중이라고 했다. 바로 동생한테 부탁해서 자가 진단 검사 키트를 구매해왔다.
동생이 사 온 제품은 휴마시스의 코로나 자가 진단 검사 키트였다. 직전에 검사할 때 콧구멍을 잘 안 쑤셔서 이상하게 나왔나 싶어서 열심히 쑤시고 나서 검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게 웬열... 한 줄, 음성 판정이 떴다. 2차 멘붕이다.
오히려 음성이 떠서 더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키트 한 박스에 2개 제품이 들어있는데 남은 하나로 또 검사를 했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과는 한 줄. 음성이었다.
더더더 혼란스러워 졌다. 아 역시 첫 번째 검사는 오류인가 싶었고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다만 두 줄 양성반응이 나왔었기 때문에 회사에 전화해서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고 다음날 PCR 검사를 받겠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 자가 진단 검사 키트의 결과는 차례로 양성, 음성, 음성. 첫 번째 검사했을 때 연한 줄은 시간이 지나니 진해졌다. 이날 잠들기 전까지 키트 관련해서 열심히 검색해봤다.
검색해 본 결과들을 종합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키트는 민감도(?)가 낮아서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
2. 키트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부분 PCR 검사도 양성이다.
3. 키트에서 음성이 나와도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수 있다.
4.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12월 1일 (수) - 확진
아침에 아빠와 함께 드라이브 쓰루에서 검사를 받았다. 아빠도 목이 살짝 불편한 거 같아서 같이 받아보기로 했다. 오전에 확인해 보니 전날이 역대 최다 확진자 5천 명을 넘긴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줄이 엄청 길었다.
검사받고 돌아와서 많이 심란했다. 전날 자가 진단 검사 키트의 결과가 혼돈 그 자체였고 인터넷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었으며, 나와 같이 PCR 검사 결과 받기 전에 걱정해서 질문 올린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차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약 한 달 전에 크게 몸살을 앓았는데 그때는 진짜 코로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팠고 PCR 검사를 받고 양성이 아닐까 엄청 걱정했었다. 그때는 음성이었다. 그냥 정말 심한 몸살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음성이겠다 싶었다. 왜냐면 목만 따끔거렸지 발열, 오한, 근육통이 전혀 없었으니까.
오후 5시 10분쯤 거실에서 아빠가 음성 판정을 받으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혹시 몰라서 전날부터 방에서 격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음성 판정받으면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연락지 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조금 걱정되기 시작하면서 설마 어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병원에 먼저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원래 검사 결과 나오는 시간이 18시라고 일찍 결과가 나온 사람들은 먼저 연락이 간다고 조금 기다려보라고 하셨다. 뭐 양성은 결과 나오는 대로 전화하기 때문에 늦게 나올수록 음성일 확률이 높다는 글을 봤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약 10분 뒤에 폰 화면 알림에 병원에서 온 문자 알림이 있었다. 그래서 호다닥 눌러서 내용을 확인했는데...
한 20분쯤 지나니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확진자로 판정되었고 동거인이 있기 때문에 먼저 동거인들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보건소에서는 밀접촉자 문자를 받은 적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없다고 답하니 그럼 회사에 확진자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바로 회사에 상황을 보고했고 전 사원 코로나 검사 실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ㅜㅜ 오히려 회사 동료들이 내 걱정을 먼저 해주시고 연락도 먼저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다행히 회사 직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한시름 놨다.
그다음은 가족들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가족들한테도 미안했다. 코로나 확진자 가족들은 대부분 한 명쯤은 양성으로 나온다고 봐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매일 아침밥을 먹고 퇴근 후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도 자주 해서 이건 피해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가족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내 주변 사람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게 백신의 힘인가 싶기도 하다.
격리 기간은 기존에 14일에서 10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동거인도 함께 격리하며, 확진 판정 나온 날로부터 똑같이 10일이라고 했다. 확진자가 많아서 수도권에는 병상이 없고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자택 치료를 한다고 했다. 대신 동거인이 한 명이라도 양성이 나오면 같이 병상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추가적으로 몇 가지 필요한 개인 정보와 상세 이동 기록들을 요청하셨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기 때문에 병원의 승인을 받아야만 자택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후 자택 치료를 승인받았고 지금까지 격리했다. 중간에 자택 치료에 필요한 격리 물품과 건강관리 키트를 보급 받았다.
가족들은 모두 백신을 맞았지만 동거인인 내가 확진이기 때문에 모두 같이 격리에 들어갔다. 가족들도 격리를 같이해서 그런지 가족들도 이후에 격리 물품과 건강관리 키트를 전달받았다. 특정 어플을 설치해서 매일 아침과 점심으로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해서 제출했고 하루에 한 번씩 몸 상태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 정말 친절하셨다. 덕분에 별 탈 없이 10일이 지났다. 의료진 그리고 공무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참고로 격리 기간동안 한번도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좋거나 하지 않았다.
느낀점
나는 코로나에 확진되면 단순하게 이진수인 컴퓨터처럼 아프거나 또는 전혀 아프지 않거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전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코로나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보니 대처도 늦었고 키트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코로나 증상이 있거나 현재 내가 코로나일까 걱정하시는 분들은 키트 말고 정확한 PCR 검사를 받아보는게 확실하다.
연말에 백신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코로나에 걸렸다. 내가 코로나에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고 아직까지도 어디서 전파된지 모른다. 정말 회사에서 식사랑 물 마실 때 빼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코로나는 진짜 내가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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