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을 것 같다는 주말 일기 예보를 보고 어디로 출사를 갈지 고민하다가, 카메라를 챙겨 후암동에 다녀왔다. 남영역 밖으로 나오니 서울에 있는 역과는 느낌이 다른 초록빛 공간이 조금 낯설었다. 마치 외국 영화에서 보던 그런 공간이랄까?
남영역 밖으로 나와 후암동으로 가기 위해 남산타워가 보이는 방향으로 걸었다. 어쩌다 보니 주차장 뷰가 펼쳐졌다.
이날 햇살이 따듯해서 그런지 풍경도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고, 덕분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건물 사이사이로 주변 풍경과는 다른 건물들이 보여 셔터를 눌렀다.
원래는 후암동에 있는 맛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갈비가 먹고 싶어서 명륜진사갈비에 다녀왔다. 다음엔 동네 맛집에도 방문해 보도록 해야지 🤭
아무튼 점심 식사 후 후암동 핫플로 걸어가는 길에 발견한 베이지색 1층 건물 그리고 그 앞에 주차된 귀여운 오토바이.
걷다 보니 기생충에 나왔던 주택가 골목 같은 분위기를 가진 곳이 나왔는데 아직은 핫플이 아닌 거주공간이라서 조용했다.
입구에서 주인을 잠시 기다리고 있는 얌전한 강아지도 만났다.
남산타워 방향으로 걸으면서 고요한 후암동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이상한 골목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혹시 그곳이 핫플인가 싶어서 뒤따라 걸어갔다.
귀여운 치즈냥이도 만났다. 저런 귀여운 얼굴로 다 해먹다니, 부러워.
시논샵
후암동에서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시논샵>이라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테이블웨어 편집샵이다. 쉽게 말해 감성적인 그릇 가게였다.
시논샵에 입장하기 전 창문을 통해 실내의 혼잡한 모습이 보였다. 후암동에 방문했다면 소품샵 처럼 방문하는 곳인 것 같은 느낌.
마음에 드는 공기 그릇을 발견했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 다음에 다시 만나겠지 싶어 구매를 미뤘다. 아직도 그때 그 그릇이 아른거린다.
쿠키를 올리면 귀여울 것 같던 접시는 왠지 제사상에서도 본 듯한 친숙한 디자인이었다.
귀여운 머들러도 있었지만, 너무 귀엽지는 않아서 패스했다.
시논샵은 커다란 창문을 통해서 햇살이 이쁘게 들어와서 그런지 일반 그릇 매장과는 다르게 내부가 따듯한 느낌이 들었고 덕분에 구경하는 동안 편안함이 느껴졌다.
시논샵은 예쁜 그릇들을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공간이었다. 다만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굉장히 혼잡한 작은 전시회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대부분 깨지기 쉬운 제품이라 동선 이동 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시논샵 구경을 마무리하고 다음에 방문할 행선지는 그랑핸드! 시논샵에서 나와 오른쪽 길로 약 3분 정도 걸어가니 발견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주차장 뒤편에 불상이 있어서 찾아보니 대원정사라는 사찰이 근처에 있었다.
그랑핸드
예전에 그랑핸드의 핸드워시를 사용해본 기억이 있는데, 향이 좋아서 이번에도 기대하며 방문했다.
그랑핸드는 3층에 위치해 있었고, 4층에는 카페가 있어 그런지 내부에도 방문객이 많았다. 그래서 제품 사진을 찍을 틈도 없이 후다닥 구경하고 나왔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넓은 창이 참 인상적이었고, 그런 따뜻한 공간에서 그랑핸드 특유의 향을 느끼니 구매욕이 절로 생겼다.
방금 두 곳을 제외하면 목적 없이 동네 구경을 위해 방문했던 터라 조금 쉬어갈 겸 해방촌 방향으로 걸으며 카페를 찾아 나섰다.
후암동 중에서도 고지대에 위치한 해방촌에서는 골목마다 서울의 풍경이 아름답게 보여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위치한 작은 카페들에게도 눈이 갔는데 그중 MOONEE라는 카페의 내부가 아늑해 보여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또, 이 골목에서 소주를 병으로 마시는 커플을 봤는데 이게 후암동 낭만인가 싶었다.
인프로그레스
그러다 뒤를 돌아봤다가 우연히 독립 서점인 <인프로그레스>를 만났다. 지하에 위치한 아늑한 독립 서점이었는데 소품샵처럼 꾸며져있어서 궁금함을 못 참고 방문했다.
인프로그레스에는 페미니즘 관련 여성 작가들의 책들이 주로 진열되어 있었는데, 일반 서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책들이라 신선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아보니 냥이의 이름은 강이라고 한다.
해방촌에는 인프로그레스와 같은 독립 서점들이 많다고 하니, 다음번 방문에는 독립 서점 투어를 해봐야겠다.
하루 종일 햇살이 따스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다행히 사진에도 당시에 느낌이 잘 담겼다.
이제는 후암동 핫플에 도착했다.
이제는 후암동 산책이 끝났나 싶어 사람들을 따라 아래로 걸었다.
신흥시장
그러던 찰나! 왼편에 신흥시장이라고 깔끔한 간판이 있고 내부에 시끌시끌해서 보니 SNS에서 보던 유명한 <신흥시장>이었다. 사실 후암동 산책 경로에는 생각지 못한 곳이었는데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기쁜 마음에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붙어있던 귀여운 사진으로 신흥시장 구경 시작. 신흥시장은 약 7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곳이라고 하는데 해방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고 한다.
이런 좁은 공간에 위에 구조물들이 있는 게 정말 신기했다. SNS에서 보던 장면을 눈으로 담으니 더 신기한 느낌.
바로 오른편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어서 잠시 들어왔다. 귀여워 보이는 모서리 벽시계가 탐났지만 마음에만 담아두기로.
마치 '나니아 연대기'에 등장할 법한 옷장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카페 입구였다. 이곳저곳 특이한 깃발과 소품들이 있어 마치 마법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신흥시장 곳곳에는 초점이 나간(?) 원숭이 조형물들이 숨어 있어 찾는 재미가 있었다. 🙉
시장 위를 덮은 구조물 '클라우드'는 2024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신흥시장의 미관이 크게 개선되어 지금은 힙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신흥시장은 인사동의 쌈지길 같은 크기여서 한 바퀴 돌아보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또, 찾아 헤맨 카페는 모두 만석이어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카페를 찾기 위해 구경을 마치고 신흥시장을 떠났다
무자기
이날의 두 번째 그릇 매장, 도자기 그릇 쇼룸인 <무자기>에 방문했다. 무자기는 지하 1층에 위치해있어서 계단을 이용해 내려갔는데 이렇게 창가에 귀여운 그릇들이 있어서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작은 센스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 같다.
밖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달리 무자기 내부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중앙에 진열된 테이블 위로 햇살이 쏟아져, 그릇들이 광합성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향수도 시향해 볼 수 있던 공간.
내부를 돌아보다가 집들이 선물로 좋을 것 같았던 부채 모양의 그릇.
무자기 구경을 마친 뒤에야 미처 방문하지 못했던 카페가 생각났다. 카페로 향하던 중 뒤를 돌아보니, 높게 솟아오른 남산타워가 눈앞에 펼쳐졌다.
eave
언덕을 따라 내려가다 <eave>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내부 좌석은 많지 않았지만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자리를 잡았다. 말차라떼를 주문했는데, 진한 말차 맛과 달콤한 맛이 조화로워 매우 만족스러웠다.
eave는 아늑한 분위기 덕분에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기 좋았고, 넓은 창을 통해 해가 지는 후암동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둑어둑해진 후암동의 골목길. 역까지 가는 버스도 있었지만, 후암동 밤공기를 느끼고 싶어 걸어 내려갔다.
밤이 되자 후암동 골목은 낮보다 훨씬 어두운 분위기로 바뀌었고, 그 사이 빨간 불빛을 비추는 '해방집'이라는 가게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골목을 걷다 밝게 빛나는 미용실(?) 창가에 앉아 있는 귀여운 강아지를 마지막으로 이날 후암동 출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후암동 출사는 햇살 좋은 날씨와 함께, 골목골목 숨어 있는 후암동의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복잡한 서울 속에서도 이렇게 여유롭고 따듯한 공간이 있다는 것에 새삼 '내가 아직 안 가본 서울 지역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 부암동과 같이 만족도가 높았던 동네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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